얼마 만에 와보는지 모르겠다. 살아생전 본 적이 없는 아빠, 8살 밖에 안된 어린 나를 할머니 집에 놔 두고 떠나가 버린 엄마, 철 없는 나를 키우며 생활 하신 한없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만 했다고 생각 했지만 이제는 그리운 할머니. 2년전 고교 동창생들 연말 모임에 불려 나갔다가 알게 된 젊은 여인과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어 나와 아들의 곁을 떠나버린 남편. 지금 내 곁엔 그 시설의 내 나이보다 5살 많은 13살 아들이 있다.
이제 홀로 서기를 새로이 시작 해야 한다. 나쁜 놈! 마음 속으로 수없이 되 뇌였다. 왜? 왜? 내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다들 떠나가는 걸까.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 했다는 말 인가. 언젠가 아들도 떠나겠지…
8월의 바닷가는 시원 한듯 덥다. 짠 내가 솔솔 풍기는 바람. 뜨거운 햇살.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래사장. 30여년과 다른 것은 주변에 숙박업소가 민박에서 펜션이나 호텔로 변했고, 카페도 해변을 향해 통 유리로 시원한 뷰를 제공해 주는 카페가 있다.
작은 시외 버스정류장은 어느덧 노인정을 겸하고 있다. 토요일 마다 앉아서 가버린 엄마가 혹시나 돌아올지 모른다 생각하며 하루에 2시간에 한번 있는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점점 얼굴도 잊혀져 가는 엄마를 기다렸는데…
아들을 데리고 모래 사장으로 나가본다. 하이힐이 모래사장에 빠져 결국 맨발로 걸어본다. 뜨겁고 고운 모래. 그때도 뜨거웠을 텐데, 어째 그리 잘 뛰어 다녔을까. 친구들과 조개 주우며 놀다가도 버스 시간이 되면 맨발로 이 뜨거운 모래사장을 달려 갔지. 그리곤 다시 되돌아 왔지.
어느덧 걷다 보니 멋진 암벽 앞까지 와 버렸다. 높음 소나무와 암벽이 만들어 주는 그늘이 생기자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 아들에게 같이 찍자고 이야기 해본다.
"민영아. 엄마랑 같이 사진 찍자”
"...”
아들은 아무런 말 없이 옆으로 다가 와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빨리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은 불만을 표출하지만, 여자는 애써 외면하며 바닷가를 향해~ 암벽을 향해 카메라를 돌려가며 눈가가 촉촉해 진다.
"민영아. 이제 뭐 좀 먹고 집으로 올라갈까? 민영이가 좋아 하는 자장면이 저 동네에 있는데. 엄마가 너 만할 때 많이 먹었어.”
여자가 자장면을 이야기 했지만 아들은 역시나 무표정으로 작게 이야기 한다
“나 햄버거에 시원한 콜라 마시고 싶은데.”
이 작은 동네에 아들이 좋아 하는 브랜드의 햄버거 매장이 있지 않을게 너무도 자명했다. 여자는 휴대전화로 검색하여 가까운 햄버거 매장을 검색해 본다. 30분 거리에 하나가 나온다.
“민영아 30분만 참아. 알겠지?”
여자가 말을 했지만. 아들은 "응” 이라고 짧게 답한다.
주차장에 와보니 검정색 카니발이 여자의 차 뒤에 이중 주차를 해서 차를 후진으로 이동할 수가 없다. 카니발의 앞에 전화번호를 확인해서 전화를 걸자 한참 만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상대방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차를 너무 바짝 붙여 주차를 해서 제가 탈수가 없어요.”
여자가 살짝 신경질 적으로 말을 했다.
"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가겠습니다.”
상대방 남자가 미안해 하며 이야기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시동을 걸고 에어컨의 송풍을 최대한을 개방하고 있으니 한 남자가 카니발에 올라타더니 차를 이동했고, 여자는 그 사이에 차를 출발 시킨다. 주차 요금을 계산 하며 백미러로 보니 카니발에서 내린 남자가 땀이 범벅이 된 채로 다시 달려간다. 남자가 달려가고 있는 곳을 보니 아들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 아이가 혼자 손가락으로 모래 사장에 끄적이며 앉아 있다. 마치 내가 어릴적 그랬던 것처럼.
